초딩 5학년 겨울에 학예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옆집 형은(당시 중2) 마이클잭슨이라고 들어봤냐며 테잎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자기네 집에서 그 테잎을 들려주며 빌리진 춤까지 가르쳐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형이 가르쳐 준 춤은 완전 뽀록이였고, 그 뽀록을 보고 배운 나는 더 뽀록이었다.
그걸 또 내 친구에게 더 더 뽀록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테잎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며 립씽크를 하기 위해 한글로 가사를 적어 외웠다.
"빌리진~ 난마썬~ 후지스캐엔 쉬쎈 아엠더원~" 뭐 대충 이런식 -ㅅ-;;
학예회 당일 선생님이 준비한 카세트에 테잎을 넣고 빌리진을 틀었다.
나와 내 친구는 뽀록으로 외운 가사를 읊으며 뽀록으로 배운 춤을 추었고, 친구들은 환호를 했다.
우리의 무대가 끝나고 선생님의 한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놈들이..." 하며 피식 웃으셨다.
(흠, 어린 놈들이 뽀록으로 이렇게 잘하다니... 뭐 대충 이런식으로 해석하고 있음.)
그때 난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ㅋ

6학년때 학교 퀸(?)이던 친구가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여준다며 내일 자기네 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다음날이 휴일이었던거 같다.) 그때 학교내에 브레이크 댄스가 대 유행이었고 우리는 쉬는시간마다 복도로 나와서 온몸으로 왁스질을 해댔다.
다음날 나름 바가지 머리를 잘 정리하며 들뜬 마음으로 그 친구네 집으로 갔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맛있는 돈까스를 해주었다.(그때 당시 돈까스는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거실로 가서 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그때 자기네 집에 비디오가 있는 친구는 한반에 10명도 안되었다.
그 친구가 보여준 비디오는 마이클잭슨의 [Thriller].
단지 뮤직 비디오 였는데 마치 공포영화 보는 것처럼 무섭다며 내 손을 잡는 그 친구.
그 후 중딩이 된 그 친구는 학생잡지에 표지모델로 가끔 나오기도 했는데, 강남으로 이사가며 연락이 끊겼다. 지금 뭐하며 살까...

중학교에 들어가 [마이클잭슨과 브레이크 댄스를]이라는 책을 사서 며칠 연습하다 그만 두었다.
어느날 우리반 반장이던 친구가(초딩때부터 한동네 친구) 그 책을 빌려 달라 그랬다.
그 책을 빌려주고 다음날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
연습 좀 했냐? 하며 그 친구의 방문을 열었는데, 몸살로 알아 누워 있었다.
책의 맨 앞, 두, 세 페이지에 나오는 스트레칭만 했는데 몸살이 났단다. -_-;;
그 친구 별명이 힘맨이었는데... 이럴수가...

어린시절 마이클 잭슨은 그냥 외계인 같은 느낌이었다.
볼 수 있는건 테잎과 사진과 비디오 뿐이었다.
오늘 아침 밥을 먹는데 아버지가 마이클잭슨이 죽었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얼마전까지 공연준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영화 홀랜드 오퍼스를 보면 라디오에서 존레논의 사망 소식을 알리자 홀랜드 선생 부부가 서로 끌어안고 울던 장면이 나온다. 그들에게 존레논은 연예인 이상의 그 무었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끌어안고 울진 않았지만 잠시동안 마이클 잭슨 얘기를 했다.
모든걸 다 가졌지만 하얀피부만은 갖지 못했던 마이클 잭슨.
하얀피부를 너무 갖고 싶어했던 그.
흑백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Posted by 범스


